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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으…."




코지로…, 미츠하시…. 모모에는 눈물을 글썽이며 평소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이들을 불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두 사람은 현재 이 공간에 있지 않았다. 자신 뒤에 있는 문 너머에 그 둘뿐만이 아닌, 다른 이들과 함께 있었다. 이곳에는 그저 자신과 앞에 있는 이 남자, 하이자키뿐이었다. 가뜩이나 상대가 누구든지 따지지 않고 낯가리는데 하필, 인상이 험악하다 못해 인성도 썩 좋지 못한 이가 제 앞에 서서 앞길을 가로막다니. 무서움마저 물밀려 오자, 결국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던 그녀는 결국 고개를 푹 숙인 채 눈가에 눈물이 고여버렸다. 그저 누구라도 좋으니까, 자신을 여기서 빼내주었으면.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세주는 없었다.

그저 여기엔 유약한 여자 하나와 세이쇼의 악마 같은 남자. 둘뿐이었다.

하이자키는 제 앞에서 어깨를 떨며 눈을 마주하고 있지 않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반 농담, 반은 진담으로 방금 저 안에 있을 때 이것도 줄 수 있냐고 자신이 물어보았던, 테이오에서 그리 애지중지하는 여자. 뭐라 말도 안 하고 그냥 앞에 서있는 것인데 몸을 떨다니. 이렇게 뭐만 하면 파들파들 떠는데 피를 볼 수 있는 건가? 아니, 그전에 저 얇은 손목으로 칼은 들 수 있는 거래? 총은 쏴본 적 있는 건가? 하이자키는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잠시뿐, 극성인 테이오의 아마이 미츠하시를 비롯하여 보호자라 일컬어지는 놈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런 고민을 한 자신이 멍청한 놈이라며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그리고 저 안으로 들어가야 할 자신이었기에, 그는 퉁명스럽게 왜 여기 있는 것이냐며 자기는 들어가야 한다고 하며 비키라는 뜻으로 손을 내저었다. 그녀는 접촉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겉으로 드러내며 고개를 작게 끄덕인 채로 문에서 나와 우물쭈물 벽에 딱 달라붙었다. 괜히 벌레가 된 것 같은 느낌에 그는 속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다 잠시, 무언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모모에를 바라보았다.




"근데, 너 여기에 있는 거냐? 너네 그 누구냐, 그 싸움 잘하는 여자. 그 여자가 에이세이에 납치돼서 모든 조직들을 부른 이 자리잖아. 왜 안 들어가고-."

"……."

"야?"

"코지로…랑 미츠하시가… 안에 분위기 안 좋을 거라고… 여기 있으라고 했는데…."




허. 저 말을 들은 하이자키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뭐야. 어찌 되었든 이것도 테이오 소속인데, 같은 조직이면서 애를 보호하겠다는 심산으로 밖에서 기다리게 하는 거야? 하이자키는 제 눈앞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올리며 조소했다. 어차피 조직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볼 꼴, 못 볼 꼴 다 알 텐데! 정말로 극진한 보호자 납셨네, 납셨어. 그들과는 달리 어차피 봐야 할 거면 진즉에 미리 보는 게 낫다는 주의인 동시에 괜히 모모에를 가만히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아진 하이자키 료헤이는 재밌는 것이 생각났다는 표정을 하며 손을 뻗어 모모에의 턱을 우악스럽게 잡고 올려 고개를 들었다. 강제로 눈이 마주하게 된 것과 동시에 크고 투박한 손이 힘껏 턱을 잡고 있다는 것 그리고 두려움에 모모에의 큰 두 눈에는 결국 눈물이 흘러내렸다.





얼굴을 보자마자 더 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없던 가학심도 만드는 모모에의 모습에 하이자키는 멍청하게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되찾곤 제 얼굴 앞으로 끌어당겼다.









"저 안에 들어갈래?"



"미츠하시랑, 코지로가 들어오지 말라고…."



"그놈의 미츠하시, 코지로. 네 목 앞에 칼이 들어섰는데도 걔네 말 들을 거야? 아니잖아.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가. 아, 그리고…."









그는 모모에의 얼굴에서 손을 떼며 말을 이었다.









"그… 누구냐. 그 싸움 잘하는 여자. 아… 아리마? 어쨌든, 그 여자가 에이세이에 납치되어서 모두가 다 여기 모인 거잖아. 상황이 이제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아? 막말로, 그 여자를 어떻게 구할 건지… 그런 거 알고 싶지 않냐고. 무능하게 네 보호자 뒤에서 맨날 울기만 하다가 기다릴 건 아니잖아? 짐 덩어리 마냥."



"짐…."









짐 덩어리…. 하이자키의 말에 모모에는 고개를 잠시 푹 숙였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모모에 아야의 세상엔 항상 밝고 따뜻한 것뿐이었으니까. 그저 아마이 미츠하시나 겐다 코지로의 말이면 뭐든지 해결되는 그런 편하고 보호받는 수동적으로 살아왔으니까. 모모에는 옷소매로 제 눈물을 훔치고는 기어가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들어가 보고 싶다고 제 의사를 밝혔다. 매우 작아 겨우 들을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였지만, 하이자키의 귓가에는 아무 문제 없이 닿았다. 그는 좋다며 대충 답하고는 손목을 강하게 잡아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다. 테이오, 세이쇼, 라이몬, 제국이 모여 있는 곳으로. 그리고 그녀의 조심스러운 등장을 가장 먼저 겐다 코지로가 알아차렸다. 그는 방금까지 울었는지 평소보다 더욱 촉촉한 눈과 붉은 얼굴에 함께 들어온 하이자키를 한 번 노려보더니 제 뒤에 있으라면서, 손을 꼭 붙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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