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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무사필] #1

루나서현 2019. 1. 24. 18:03

사람들 앞을 밝히는 왕이 되거라. 나는 너의 그림자가 되어 줄터이니.





***







"형님."



사필안은 피투성이가 된 범무구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호칭을 붙이지 않고 자신을 편안히 부르는 목소리에 그는 몸에 힘을 빼고 사필안에게 기댔다. 자신을 끌어안는 손에 힘이 꽤 실려인다 그는 왜 그러냐며 고개를 들고 바라 보았다. 괜찮다고 안도시켜줄 생각이었다. 범무구는 사필안을 보고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자신을 비추고 있는 두 눈에 눈물을 머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범무구는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단언컨대 분노가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보기 힘든 것이었다. 아우를 위하여 망나니인 척 앞 길을 위협하려는 자들을 죽이고 지쳐 잠시 주저 앉은 것인데 울상이라니. 착잡했다. 물론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아우를 위하여 배신자가 될 생각도 있으니까. 범무구는 괜찮은 척 희미하게 웃으며 사필안의 눈물을 훔쳤다. 엄지 손가락을 따라 눈물이 흘렀다.




"울지 말거라, 아우야. 이 모든 것이 널 위한 것인데 왜 울상이느냐."


"저는, 저는 왕의 자리따위 필요없습니다. 갖고 싶지 않습니다. 어째서, 왜, 절 위해..."


"너와 나는 운명이다. 피를 나눈 형제일지라도 왕의 자리 때문에 누구 한 사람이 죽을 운명. 내 스스로 자처한 악인이니 넌 날 죽일 수 있게 노력하거라."




이미 자신을 위해 죽음을 자처한 범무구의 말에 사필안은 고개를 떨궈 제 형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눈물만을 흘렸다. 왕이 되려면 철혈이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감정적이면 어쩌나, 라고 중얼거리며 범무구는 상체를 일으키고 두 손으로 사필안의 얼굴을 감싸 들었다. 자신과 똑같이 생겼지만 선인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저왼 다른 흰색 머리와 깊은 눈동자가 보였다. 곶 이것도 볼 수 없게 되겠지. 입맛이 씁쓸해졌다. 자신이 없어지면 혼자가 될 사필안이 떠오르자 착잡해진 범무구는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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